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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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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문 수업

  • 아래 글은 (김중수)전기문의 장르 관습과 교육적 적용이라는 논문의 요약입니다. 자서전은 스스로 쓰는 '전기문'이므로 아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참고가 되시면 좋겠고, 논문의 전체 내용은 텍스트 외적 장르 관습까지 다루고 있어서 필요하신 분은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1. 전기문의 개념

기존 개념

(1) 브리타니카 백과사전은 전기를 ‘한 인물의 일생을 내용으로 하는 허구가 아닌 문학형식’으로 정의한다(배미영, 2009:163).
(2) 전기는 실제로 이 세상에 살았던 사람의 일생을 기록한 글로써 대상 인물의 삶의 모습이 작자의 의도된 집필관점에 따라 꾸며지고 그것이 독자에게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정상규, 1985:1).
(3) 전기란 어떤 특정한 인물의 언행, 업적, 인간성 등을 중심 내용으로 하여 생애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사실의 토대 위에서 쓴 글로서, 개인적인 역사를 서술한 서사문이다.(김기창, 1986:167; 김기창, 2003:297에서 재인용)
(4) 전기는 외적 삶의 정황과 사건, 특히 시간의 역사적, 사회적 상황과의 관련은 물론 정신적, 영적 발달의 관점에서 인간의 생애를 기술하는 것이다(Brockhaus, 1987; 천정은, 2004:12에서 재인용)

여러 정의의 공통점은 인물의 일생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각 정의가 전기문의 본질로 생각하는 지점은 약간씩 다르다. (1)은 전기문의 ‘문학성’을, (2)는 ‘작가의 주제 의식’과 ‘교훈성’을 전기문의 본질로 보고 있다. (3)은 인물의 일생 중, ‘언행, 업적, 인간성 등’을 핵심으로, (4)는 인물의 외형적인 삶과 함께 ‘정신적, 영적 발달’을 핵심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차이를 약간의 변용이 아니라 명확한 경계가 되는 큰 차이라고 보는 이들은 장르를 더 세분화하기도 한다.

핵심: 전기적 사실

전기문의 하위 장르들은 ‘전기’를 공유한다. 전기(biography)에는 작가의 경험, 병력, 재산정도, 결혼, 연애관계, 학력, 가족관계 등 출생에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사실들이 포함된다. 자서전, 회고록, 평전 등을 전기문의 인접 장르로 보든, 하위 장르로 보든 전기적 사실이 전기문의 핵심임은 확인되었다.

그러나 인물에 대한 전기적 사실을 시간 순으로 늘어놓기만 해서는 전기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레온 에델(1983:181)은 이를 ‘포괄적 연대기, 문학적 초상화, 유기적 전기’로 구분하였다. 포괄적 연대기란 작가의 관한 자료들을 시대순서로 나열하여 제시한 것을 말하고, 문학적 초상화란 시각적이고 간단명료하게 기술되는 방식으로 저자가 선택하여 제시한 작가의 성격양상만을 대하도록 나타낸것이다. 유기적 전기란 비평가가 해석하는 방향으로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하나의 예술로 접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문’은 ‘유기적 전기’에 가까운 글을 가리킴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논의들은 ‘전기문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가’를 분석하여 전기문을 정의한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전기문’에 대한 지식적인 교육 내용으로 “전기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가?”에 대한 지식을 가르쳐 왔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전기문을 정의하면 교육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전기문이 어떻게 생산되고 수용되는지에 대한 맥락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전기문은 무엇인가”와 함께 “전기문은 왜 쓰는가? 전기문은 왜 읽는가?”을 고려하여 글을 쓸 때 비로소 ‘학생 – 대상 인물’, ‘학생 – 독자’, ‘학생 – 장르적 관습’ 사이의 맥락이 살아난다.

전기문을 쓰는 목적

학습자에게 실질적인 작문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맥락과 실제를 포착할 수 있도록 기존의 정의를 보완해야 한다. 그것은 전기문의 생산과 수용의 목적을 확인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글은, 설명문이라면 ‘독자에게 설명하기 위해’, 설득문이라면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처럼 그 ‘목적’에 따라 구분되기 때문이다.

전기문을 쓰는 목적은 대개 인물의 행적이나 사상 등에서 교훈을 발견하고 그것을 널리 알리거나 독자를 교화하기 위해서이다.

(5) 윤봉길: 그래서 그를 무식한 테러리스트나 의협심이 강한 열혈청년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를 온당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암울했던 시대 상황을 생각하고 그의 정신세계를 먼저 살펴보아야 하리라(방영웅, 1991:3).
(6) 호산외기: 경술이나 훈업도 없는 이항의 사람들은, 혹 언행에 가히 기록할 만한 것이나 시문에 가히 전할 만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모두 적막한 물가의 풀이나 나무처럼 시들어 버리거나 썩어버리고 만다. 아아, 내가 「호산외기」를 지은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박희병, 1992:442).

(5)와 (6)에서 작가는 대상 인물에게서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을 밝히고 있다. 전기문의 작가는 자신이 흥미를 가지는 인물에 대해 ‘잘못 알려졌거나,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남들은 보지 못했던’ 자신이 탐구한 대상 인물의 특별한 인간상을 밝히기를 원한다. 예를 들어 (5)에서는 ‘테러리스트나 열혈청년’으로는 규정되어 왔던 ‘윤봉길’에 대해 ‘온당하게 평가된 윤봉길의 인간상’을, (6)에서는 남들이 별 볼일 없는 ‘이항의 사람들’로 치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가치 있는 이항 사람으로서의 인간상’을 밝히려 한다.

즉, 전기문은 한 인간의 일생을 기록하려는 목적이 있는데, 그것을 기록하는 이유는 위대한 업적이나 교훈적인 행적을 널리 알리려는 목적 때문이다. 그 인물을 널리 알리는 이유는 전기 작가가 한 인물의 삶을 탐구하였더니 그에게서 남다른 인간상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인물을 탐구하여 인간상을 조명하는 것(류준형, 1982:92-93)’이 바로 전기문 생산의 가장 근원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생의 기록’이나 ‘교훈을 주는 것’보다는 ‘인간상의 탐구’를 전기문의 본질로 보아야 한다.

그에 따라 전기문을 재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전기문이란 실제 인물의 일생을 내용으로 하여 그 인물의 인간상을 탐구하여 조명한 문학이다."

이 정의는 완성된 결과물로서의 전기문 대신에 전기문이 실제 생산될 때의 모습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실제 위주, 맥락 위주의 작문 교육에 효과적이다. 내용을 선정할 때, 인물의 인간상을 조명할 수 있는 내용을 선정할 수 있고, 내용을 조직할 때, 인물의 정체성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 따라 조직할 수 있고, 표현할 때 인간상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문학적 형상화를 가미할 수 있고, 고쳐 쓸 때 ‘실제 인물의 일생’과 ‘내가 탐구한 인간상’이라는 두 기준을 중심으로 재고할 수 있다. 또, 학교 현장에서 ‘부모님 전기문 쓰기’ 활동을 자주 하는데, 학생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부모님에게는 위대한 업적이 없는데 무엇을 써야할 것인가’하는 문제를 해소할 수도 있고, ‘부모님의 전기적 사실을 시간 순으로 나열’한 글을 넘어서는 바람직한 결과물을 기대할 수도 있다.

레온 에델은 이러한 관점에서 헤밍웨이의 전기문을 예로 들어, 헤밍웨이가 남자다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것은 헤밍웨이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런 허약함에도 불구하고 헤밍웨이가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냈음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였다.(레온 에델, 1983:24; 배미영, 2009:181에서 재인용) 즉, 국민영웅을 묘사하든 평범한 장인을 묘사하든, 성공을 그리든 실패를 그리든, 실제 존재한 개인의 고정되지 않는 정체성에 대한 탐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배미영, 2009:182).

전기문이 단순히 한 인간의 사실적 기록이 아니고, 본질적으로 전기 작가에 의해 탐구된 한 인간의 인간상을 조명한 문학임은 아무 전기문이나 한 번만 펼쳐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7) 10여 년 전, 조지 워싱턴의 일대기를 쓰고자 마음먹었을 때, 나는 이 책과 같이 처음에는 한 권으로 완성하려고 했다. 그러나 한 권 분량으로 하기엔 그의 일대기가 수박 겉핥기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 이러한 과정을 거쳐 1965년에서 1972년 사이에 워싱턴의 전기는 네 권으로 출간됐다(플렉스너, 1994:서문).

예문(7)을 설명하기 위해 전기문에 대한 앞서의 정의를 가져와 보자.

(1) 한 인물의 일생을 내용으로 하는 허구가 아닌 문학형식
(3) 특정한 인물의 언행, 업적, 인간성 등을 중심 내용으로 하여 생애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사실의 토대 위에서 쓴 글

이와 같은 정의로는 ‘조지 워싱턴의 전기’가 왜 한 권이 아니라 네 권으로 출간되어야했는지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새로운 정의에 따르면 ‘조지 워싱턴의 인간상을 작가가 탐구한 그대로 조명하기에 한 권 분량으로는 지면이 부족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2. 전기문의 장르 관습

기존의 연구에서 전기문의 특성이나 내용 요소로 제시된 것들은 ‘사실성과 허구성과 교훈성’과 ‘인물, 사건, 배경, 비평’으로 요약된다. 이들은 과거 ‘형식 위주 작문 지도’하에서 강조되던 것으로, 작문의 인지적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작문 과정 이전에 고려해야할 수사론적 문제 이상의 역할을 못하였다.

그에 비해 ‘전기문의 장르 관습’은 작문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장르’란 관객(독자)들에게 그들이 보는 내러티브의 종류를 빠르게, 다소 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약호, 관습 및 시각 스타일들의 체계를 말한다.(Turner, 1988; 이소윤, 2005:10에서 재인용) ‘장르 관습’이란 특정 장르에 대해 수용자가 기대하는 경험, 그리고 같은 장르 내의 텍스트에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특성 내지 경향성이다(박희병, 1995:108). 장르가 가진 내적 일관성 즉, 장르 관습은 관객의 기대감을 발생시키며 수용자는 비슷한 유형의 경험을 반복하면서 친숙함을 느끼게 된다(이소윤, 2005:10). 따라서 전기문의 장르 관습에 따라 전기문을 쓰면 누구나 그럴 듯한 전기문을 써낼 수가 있다.

현실에 유통되는 많은 전기문을 읽고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장르 관습을 도출할 수 있었다.

테마

전기문은 전기 작가가 대상 인물에게서 발견한 최종적인 인간상을 테마로 삼아, 어떠한 업적을 이루거나 또는 실패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상을 그린다. 따라서 테마를 잘 드러내느냐의 기준에 따라 조사한 자료나 일화가 취사선택된다. 다음 예에서 여러 인물들을 몇 개의 묶음으로 묶을 수 있는 이유는 그 인물들의 ‘테마’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 ㈜재능 북스(2005)의 『갤러리아 테마 논술』의 경우
  • 과학의 발전을 이끌어준 인물들(1~8)
  •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 준 인물들(9~14)
  •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한 인물들(15~22)
  • 올바른 생각과 사랑을 실천한 인물들(23~30)

제목

전기문의 제목은 세 가지 관습에 따라 지어진다. 첫째, 대상 인물의 이름(호를 포함)만으로, 둘째, 대상 인물의 업적(또는 인간상)만으로, 셋째, 대상 인물의 업적(또는 인간상)과 이름으로 짓는다. 그런데 이름만으로 제목을 짓더라도 업적(또는 인간상)에 관한 언급이 부제에 나타나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제목에 표현되는 ‘업적 또는 인간상’은 앞의 ‘테마’와 비슷하거나 일치하게 된다. 이러한 예는 다음 표와 같다.

시점

전기 작가는 글을 시작하는 순간 서술자로서의 자리를 획득하므로 소설에서 말하는 ‘시점’이 필요하게 된다. 전기문의 ‘인물에 대한 비평’은 고전 소설의 ‘전지적 화자의 편집자적 논평’과 닮았다. 따라서 시점은 대부분 ‘3인칭 전지적 시점’이다. 가끔씩 ‘1인칭 관찰자 시점’도 있다.

  • 3인칭 전지적 시점: 그들은 기독교 청년의 우상인 이상재를 찾아갔다. 그러나 이상재는 “찬동하오. 그러나 나로서는 뒤에서 있는 힘을 다해 후원하겠소. 나는 이 운동에 나설 만한 위인이 못 되오”라고 거절당했던 것이다. 훨씬 뒤 한용운이 이상재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절교 상태로 지낸 일은 그때의 불응에 대한 증오 때문이었다.(고은, 2004:66)

구성 요소

전기문의 구성 요소는 인물, 배경, 사건, 비평(논평)이다(김기창, 2003:301). 박미정ㄱ(2006:164)은 이를 같은 층위로 보지 않고, 다음과 같이 초구조로 분석하였다.

서술 순서

단행본 한 권 분량의 긴 전기문은 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혹은 죽은 뒤까지 시간 순서대로 서술한다. 짧은 전기문은 핵심이 되는 짧은 사건을 맨 앞에 제시하고 다시 태어나는 순간으로 돌아가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성을 높이는 장치

전기문에서는 인물의 행동이나 특별한 사건이 있었을 때의 시간과 장소를 정확하게 밝힌다. 그리고 사실성을 더하기 위해 정보 제공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한다. 또, 친필 편지, 사진, 일기 등의 원본을 삽입하는 경우도 많다.

  •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 밝힘: 1955년 1월, 이중섭은 미도파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된 작품은 모두 45점이었다.(엄광용, 2002:20)
  • 말을 인용: 헌법 반대파들이 어느 정도로 이 보이지 않는 인물을 칭송하였는지 메릴랜드 주의 루터 마틴이 한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워싱턴, 그 이름은 무엇으로도 찬양할 수가 없습니다! … 지금 있는 저 화환들이 영원히 푸르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플렉스너, 1994:257)
  • 대상 인물이 지은 책 사진을 삽화로 사용(성율자, 1990:142) 예) 허난설헌의 전기문에 허난설헌의 문집 그림 삽입

문학적 형상화

전기 작가는 그 인물의 인간상의 드러내기 위해 상상력을 가미하여 실감나게 형상화한다. 사실과 허구가 균형을 맞추어 역사적 사실 속에서 감동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전기문의 목적이고 역할(김기창, 2003:298)이기 때문이다. 아래 (6)에서 봉길의 생각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작가는 봉길의 인간상을 드러내기 위해 속마음을 상상해 넣었다.

  • 이윽고 이튿날 오전 6시 40분경, 그는 감방에서 끌려 나와 거기서 남쪽으로 약 6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미고우시 사격장으로 호송되었다. 봉길은 간밤을 뜬눈으로 하얗게 새웠던 것이다. 내가 정말 조선의 독립을 위하여 잘 한 것일까? 잘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이상 어떤 생각은 느껴지지 않았다.(방영웅, 1991:185)

일화의 독립성

인물의 ‘일화’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전기문에 수용된다. 그런데 반대로 전기문에 나온 ‘일화’ 중 하나가 독자적인 주제의식을 지니고 독립되어 퍼지는 경우도 있다. (7)은 윤봉길, (8)은 김구 전기이다. (9)의 내용이 (7), (8)과 관련이 있으나 (9)는 전기문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완전한 독립성을 지닌 채로 돌아다닌다.

  • (7) 김구는 윤봉길을 홍구 공원으로 보낸 다음 편지를 써서 안창호에게 전하라고 사람을 보냈던 것인데 그 편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그는 불행하게도 체포되었던 것이다(방영웅, 1991:180).
  • (8) 안창호는 김구의 편지가지 받았는데도 다른 여러 동지들에게 알리느라고 미처 피신하지 못했던 것이다(신경림, 1990:194).
  • (9) 안창호가 어떤 가난한 소년에게 며칠 뒤에 돈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였는데, 마침 그 날이 윤봉길의 의거 날이어서 다들 피했지만 안창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계지로 돌아왔다가 체포되었다.(부산 남포동 지하철역의 좋은 글 소개 벽보)

일화의 무분별한 차용

전기문에서 그런데 일화를 차용할 때 ‘설화’나 ‘야사’로 전해지는 것들을, 사실 관계 확인도 없이, 무분별하게 끌어오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가끔 발생하는 한두 편의 문제가 아니라 관습적으로 발생하는 오류이다.

  • 일화의 경우, 확인되지 않은 것이 여기저기 재차 수록된 것이 많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유관순이 이화학당 재학 시절 불우 학우를 위해 식사를 거르다가 모금을 하여 학당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든가 하는 내용은 작가가 자신의 상상력을 지나치게 확장시킨 경우가 아닌가 한다.(김기창, 2003:316)
  • 귀를 찢는 총 소리가 사형장에 울리며 윤봉길 의사는 붉은 꽃무더기로 감싸였다. 25세 청년 윤 의사의 고귀한 순절의 순간이었다. 바로 이 순간, 덕산 시량리 윤 의사의 어머니는 야트막한 아침 잠을 이루는 중 아들이 안마당으로 달려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 그 순간 “꽝!” 하는 요란한 소리에 눈을 떠보니 꿈이었다. 사랑방의 대문 띠장이 난데없는 천둥벼락에 부러져나가는 소리였다. 한겨울이었는데 때 아닌 폭우가 쏟아지면서 가야산 기슭 장군봉이 무너져내렸다.(임중빈, 2002:238)

문체

같은 인물을 다루고 있는 전기문이라 하더라도 아동용과 성인용의 문체가 다르다. 또한 성인용이라도 객관적인 문체를 쓰는 경우와, 존경의 문체를 쓰는 경우가 있다.

  • 콜럼버스는 이탈리아의 제노바에서 태어났습니다. 콜럼버스가 태어난 제노바는 유럽에서도 가장 큰 역사가 깊은 항구 도시 중의 하나였습니다(꿈꾸는 아이들 편집부:2008).
  • 난설헌은 여덟 살 때에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이라는 글을 써서 세인을 놀라게 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은 어른들은 너무나 감탄하여 강릉에서 ‘신동녀’가 태어났다고 혀를 찼다고 한다(성율자, 1990:133).
  • 비록 불우한 삶 속에서 선생은 가셨지만, 그 불타는 조국애는 민족의 가슴 속에 영원한 등불로 빛날 것이다. 또, 선생의 고결한 지절은 ‘풍란화 매운 향내’로서 겨레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향기를 더해 갈 것이다.(김재홍, 2011:225)

인용

대상 인물이 화가, 작가, 정치가 등일 때, 그가 남긴 작품이나 연설문 등이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사실성의 획득을 위함이 아니고, 인간상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한 장치이다. 이때 '사실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와 다른 점은 사실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는 텍스트와 별개로 작품이 삽입되는데(삽화의 기능), '인용'의 경우, 전기문 텍스트 내부에서 바로 이 작품을 언급한다는 점이다.

  • 화가의 경우 그림 인용(엄광용, 2002:15): 그림의 내용을 작품 텍스트 내부에서 해설함.

bio5.jpg

  • 시인의 경우 시 인용: 시의 내용을 작품 텍스트 내부에서 해설함.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로 시작되는 이 시는, 청포도로 표상되는 고향을 떠올려 평화로운 삶과 조국 광복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내었다.(양왕용, 2011:136)

이상으로 전기문의 텍스트 내적 관습을 살펴보았다. 전기문의 텍스트 내적 관습에는 테마, 제목, 시점, 구성 요소, 서술 순서, 사실성을 높이는 장치, 문학적 형상화, 일화의 독립성, 일화의 무분별한 차용, 문체, 인용 등이 있다.

3. 장르 관습의 교육적 의의

학생들이 전기문 작문에서 겪는 문제를 장르 관습의 측면에서 분석하기 위해, 전혀 처치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편의 전기문을 직접 쓰게 하였다. 작문 과제 수행 후 장르 관습과 학생들의 쓰기 결과물을 비교·대조하였고, 전기문 쓰기에서 느낀 어려움에 대해 학생들이 쓴 소감문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테마

첫째, 학생들의 전기문 쓰기에서는 테마가 보이지 않고 아래 (1)의 예처럼 사건의 연대순 나열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테마란 대상 인물에게서 탐구된 특정한 인간상 또는 그 인간상을 보는 비평적 안목을 말한다. 개별 사건들이 모여서 어떠한 인간상을 이루고 있는지를 밝히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1) 1968년 8월 15일 하윤경 씨가 태어났다.
그리고 21살 때 박명현 씨와 만나고 22살 때 첫째 박은지 양이 태어났고 25살 때 박은성 양이 태어나고 26살 때 박범석 군이 태어났다.
지금은 지극히 평범하게 부산의 시영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하윤경 씨의 나이는 41살로 자식을 키우며 잘 살고 있다.(2630 박00)

(1)의 경우는 곧바로 쓰게 해서 학생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기문을 쓰기 위한 자료를 조사해 오는 과제를 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인물의 출생, 학력, 결혼과 출산, 이사 경력, 취미나 성격, 직업 생활 등을 조사해 온다. 즉,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기문이 “본질적으로 한 인간의 사실의 기록이 아니고 한 인간의 인간상을 탐구하여 재조명한 문학”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1). 이것은 아래 (2)와 (3)에서 보이는, 위대한 업적이 있어야 전기문을 쓸 수 있다고 하는 인식과도 이어져 있는 것이다.

(2) 그리고 그 인물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서 업적도 없고 큰 사건도 없어서 쓸 내용이 없었다.(2615 이00)
(3)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도 모르고 어떤 특별한 일을 한 것도 아니라서 너무 짧게 써 진다.(2633 윤00)

문학성

둘째, 전기문을 쓸 때 내용에 문학성을 가미하지 않는다. 행동과 대화를 통해 실감나게 형상화하거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여 감동을 주어야 하는데 그러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다음 예시 작품에 내가 표시한 부분은 행동, 대화, 심리 묘사를 넣어 제대로 묘사했다면 얼마든지 할 이야기가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인간상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드러낼 수 있는 귀중한 부분인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4) 문학적 형상화가 부족한 글의 사례(2231 서00)

문체

셋째, 아래의 예처럼 전기문의 문체를 결정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5) 내용을 적을 때에는 전기문이라고 해서 말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시작할 때에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몰랐다.(2508 박00)
(6) 종이 그대로를 베껴 쓰기엔 글이 너무 딱딱하고 흔한 글이 될 것 같아, 나의 생각 같은 것을 내용 중간 중간에 넣고 싶었으나, 전기문이어서 나의 생각을 넣으면 안 될 것 같았다.(2303 김00)

글에서 일관성 있는 문체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유관순에 대한 자료가 존경의 어투로 되어 있었는데, 완성된 유관순 전기문도 아래 (7)처럼 자료의 문체와 자신의 문체가 뒤섞인 것을 볼 수 있다.

(7) 열사께서는 ‘나는 죽일 수 있어도 우리 나라 독립은 막을 수 없다. 너희들은 반드시 망하고야 말 것이다’라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목숨을 거두셨다. 정부에서는 봉화지와 생가지를 사적 230호로 지정하였고 오늘날에도 이르고 있다.(2318 박00)

작문의 일반 원리

넷째, 전기문의 내용 구성 요소나 서술 순서를 잘 모르고 있다. '글쓰는 순서'는 주제선정-내용생성-내용선정-내용조직-초고쓰기-고쳐쓰기를 말한다. '전기문의 구성'은 앞에 나온 장르 관습 전체를 말한다.

(8) 글쓰는 순서를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2609 박00)
(9) 전기문의 구성을 잘 모르겠다.(2624 김00)

린다플라워(1998:45-46)는 ‘글은 사회적인 힘 내지는 관습에 의해서 영향을 받게 되기 마련’이라고 하였다. 담화적 공동체와 그 공동체의 관습은 필자의 언어와 사상, 수사적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독자가 텍스트에서 기대하는 것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장르 관습이 작문에 미치는 영향력은 린다 플라워(1998)에 실제 사례 분석과 함께 잘 설명되어 있다. 아래 (10)은 이 책에 실린 사례로, 담화 공동체의 관습을 몰라서 작문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직접 쓴 글이다.

  • 고등학교에서 대학에 넘어오면서 내가 경험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작업에 대한 부담감이라기보다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글쓰기의 스타일’을 배우는 문제였다. … 예를 들면, 기술과 인간이라는 과목에서 요구하는 쓰기 과제는 기술적인 전문용어를 써가면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지만, 문법이나 철자법 같은 것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었던 것에 비해서 글쓰기 전략 과목에서 요구하는 쓰기 과제는 완벽한 문법과 철자법, 글의 문체와 구성면에서 집중해야 할 것을 기대한다(린다 플라워, 1998:56-57, 밑줄 필자).

이 사례에서 학생은 대학교라는 담화 공동체에서 요구하는 장르의 관습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은 과목별로 다른 방식으로 글을 써야함을 깨달았다. 그 차이점은 위의 밑줄 친 부분인데, 이것은 본질, 특성, 구조와 같이 고정된 규범으로 보기는 어렵다. 말 그대로 ‘관습’이다.

장르 관습이 작문에 미치는 이러한 영향력은 앞의 전기문 쓰기 과제를 수행한 소감문에서도 드러난다. 아래의 (11)은 전기문의 제목을 지을 때 어려움을 겪다가 평소에 보았던 전기문을 떠올리고 그 관습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12)는 전기 작가가 전기문을 통해 한 인물의 인간상을 탐구하고 조명하는 것과 같이 작문 과정을 통해 학생 자신의 인간상과 정체성을 탐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11) 전기문 같은 책을 보면 위인의 이름이 나와 있었던 생각이 나서 내 이름을 제목으로 했는데, 이렇게 내 이름만 적어 놓으면 되는지 좀 망설이고 궁금했지만 내 이름을 썼다.(2510 오00)
(12) 주로 내가 둘째도 막내도 아니라 외동딸의 인생으로 쓴 것 같다. ··· 주제라고 생각이 되는 것은 제일 많이 글에서 나왔고 글의 주제가 될 만한 것이 외동딸의 여러 가지 인생 같다.(2516 정00)

수사적 고려

물론 기존의 과정 중심 작문 지도에서도 이러한 담화 공동체의 관습을 다룬다. 과정 중심 작문 지도에서는 다음 <그림5>와 같이 작문의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작문 과제 환경’을 고려하도록 지도한다(Flower & Hayes, 1981; 박영목, 2008:64에서 재인용). 작문 과제 환경은 장르 관습을 포함한다.

그러나 과정 중심 작문 지도 모형에서는 이러한 관습에 대한 고려가 ‘사전’ 분석의 수준에 머물렀던 것 또한 사실이다. 장르의 관습에 대한 고려가 쓰기의 전 과정에서 구체화되고 있지는 못하다.(김명순, 2003:144)실제로 박영목(2008:65)에서도 ‘환경적 요인들은 작문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도 작문 행위의 본질을 형성할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하여 장르 관습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론적으로 옳지만 작문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작문 행위의 본질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작문 행위를 잘 할 것인가’이다. 그러니 작문 행위에 이 환경적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도 중요한 교육 내용으로 삼아야 한다. 작문 과제의 환경적 요인들, 즉 해당 장르의 관습들이 내용을 창안할 때, 내용을 조직할 때, 표현할 때 동원되는 다양한 전략의 선택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1) ①생몰연대, ②성장환경, ③가계·친족, ④수학과정, ⑤인물외모, ⑥배경, ⑦사건, ⑧인간성, ⑨업적, ⑩평가처럼 조사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안내해주는 연구(박미정ㄴ, 2006:11-13)도 있는데, 이에 따르면 위의 ①~⑩을 조사한 후 인물에 대한 평가(인간상을 조명)와 관련된 내용을 고른다고 한다. 애초에 면담 등으로 조사를 할 때 ‘인간상’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해야 인간상의 탐구가 쉬워질 것이다.
전기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8/08/20 00:47 저자 219.249.94.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