꽂히다[꼬치다]의 음운 변동

논란

꽂히다[꼬치다]의 발음은 다음 두 가지로 설명됩니다.

[설명1]평파열음화>격음화>구개음화

[설명2]격음화

지난 2016년에 치러진 수능에서 [2]의 설명만을 지지하는 문항이 출제되어 논란이 컸지요.
그리고 그 논란의 중심에는“국립국어원(http://korean.go.kr)“이 있었습니다.

국립국어원의 묻고답하기 코너인 “온라인가나다”에서는 줄곧 [1]로 답을 해 왔기 때문이죠.
다양한 탐구를 하라고 하는 문법의 교육과정과 무관하게
하나의 정답만을 추구하는 수능의 문법 문항에 대하여
국립국어원이 견제를 해 줄 것으로 믿었으나
국립국어원은 오히려 수능의 편을 들어줍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그동안(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온라인가나다에 답했던 것은 모두 틀렸다. 미안하다.”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립니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의 '꽂히다, 젖히다, 잊히다, …'와 같은 질문의 모든 답변을 수정하기 시작합니다.

다만 국립국어원이 발간한 어문규정집, 즉 실물 책자는 어떻게 손댈 수도 없고 회수할 수도 없었지요.

이 책의 “로마자 표기법”에 보면 다음과 같이 '맞히다'가 3.구개음화가 되는 경우의 예시로 들어 있습니다.

제3장 표기상의 유의점
제1항 음운 변화가 일어날 때에는 변화의 결과에 따라 다음 각 호와 같이 적는다.
3. 구개음화가 되는 경우
<보기>
해돋이[해도지] haedoji		
같이[가치] gachi		
맞히다[마치다] machida	

맞히다[마치다]는 위의 [설명1]처럼 맏히다>마티다>마치다> 의 과정을 겪었다고 해석해 왔던 것이지요.
이것이 논란이 되자 국립국어원에서는 '맞히다'를 '굳히다'로 바꿨습니다.

그러니까 국립국어원에서 [설명1]을 지지하는 실물 근거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인데, 국립국어원이 사과문을 올리고, 과거 답변을 수정하는 등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올 이유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국립국어원에서 최초에 그러니까 1980년대에의 어문 규범에서는 '맞히다'를 [설명1]구개음화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에 '로마자 표기법'을 개정하면서 즉, Pusan 이 Busan 이 될 때, '맞히다'를 [설명1]구개음화의 예로 삽입하였습니다. 그만큼 [설명1]과 [설명2]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1984년 로마자 표기법>

<2000년 로마자 표기법>

설명

그러나 공시적으로만 보자면 [설명2]이 더 합리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음운 현상에 대한 여러 설명이 가능하지만 '꽂히다' 하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더 적은 이론으로 더 많은 현상을 설명하는 '경제성'이 있는 설명이 살아남기 마련이지요.

[설명1]평파열음화>격음화>구개음화
[설명2]격음화

묻히다[무ㄷ히다>무티다>무치다]를 보면, 앞 음절의 받침소리가 다음 음절의 초성으로 넘어가는 건 확실합니다.
핵심은 '꽂'이 '히'를 만날 때, 'ㄷ'으로 변동한 다음에 만나느냐, 'ㅈ'인 채로 만나느냐의 문제입니다.
'옷'으로 비교해 봅시다.

옷이[오시]: 옷이>오ㅅㅣ>오시 → 바로 넘어감
옷 안[오단]: 옷 안>옫 안> 오 ㄷㅏㄴ> → 'ㄷ'으로 변동한 다음에 넘어감.

'옷'은 그대로이므로 바로 넘어가는 '이'와 변동한 다음에 넘어가는 '안'의 성질을 '꽂히다'의 '히'와 비교할 수 있겠지요?

꽂아지다[꼬자지다]: 꽂아지다>꼬ㅈㅏ지다>꼬자지다 → 바로 넘어감
꽂아지다[꼬다지다]: 꽂아지다>꼳아지다>꼬ㄷㅏ지다>꼬다지다 → 변동한 다음에 넘어감.

'-아지다'의 '아'도 바로 넘어가네요. 변동한 다음에 넘어가면 [꼬다지다]라는 이상한 발음이 나오네요.
받침 소리가 변동 없이 바로 넘어가는 '-이'와 '-아'의 공통점은? 바로 '형식형태소'라는 점입니다.
'안'이라는 실질형태소를 만나면 받침소리가 '평파열음화'로 변동한 다음에 다음 음절의 첫소리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설명] 뒤 음절이 실질형태소이면 받침소리가 '평파열음화'로 변동한 다음에 뒤 음절의 첫소리로 넘어간다. 뒤 음절이 형식형태소이면 받침소리가 그대로 뒤 음절의 첫소리로 넘어간다.
[적용] '꽂히다'의 '-히-'는 형식형태소이다. 그러면 '꽂-'의 'ㅈ'은 변동 없이 그대로 '-히-'의 첫소리와 만나 '-치-'가 된다.

이런 식으로 설명이 가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