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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머털도사의시쓰기지도 [2020/02/01 17:42]
211.219.188.31 [3) 중학교 시기의 특수성과 시 이해의 방향]
시:머털도사의시쓰기지도 [2020/02/01 17:50]
211.219.188.31 [3) 주제의 시와 이미지의 시]
줄 137: 줄 137:
  
  
- +  ​ 
-영영사전  +  영영사전  
- +  -이명종(회인중 1) 
--이명종(회인중 1) +   
- +  나는 똑똑하다. 
- +  그래서 인지 인기가 없다. 
- +   
-나는 똑똑하다. +  는 두껍다. 
- +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나를 어려워한다. 
-그래서 인지 인기가 없다. +   
- +  나는 어둡다. 
- +  항상 구석진 어두운 자리에 있다. 
- +   
-는 두껍다. +  나는 단지 
- +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인지 사람들은 나를 어려워한다. +  하지만 사람들은 날 싫어한다. 
- +   
- +  항상 슬픈 나는… 
- +  영영사전이다.
-나는 어둡다. +
- +
-항상 구석진 어두운 자리에 있다. +
- +
- +
- +
-나는 단지 +
- +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
- +
-하지만 사람들은 날 싫어한다. +
- +
- +
- +
-항상 슬픈 나는… +
- +
-영영사전이다.+
  
  
줄 330: 줄 313:
  
  
-소망 +  ​소망 
- +  -장미(내북중 3) 
--장미(내북중 3) +   
- +  저 깊은 
- +  숲 속을 걷다가 
- +  발걸음을 멈추고 
-저 깊은 +   
- +  이리저리 
-숲 속을 걷다가 +  미처 보지 못했던 곳까지 
- +  바라본다. 
-발걸음을 멈추고 +   
- +  바라보지 못했던 곳에는 
- +  작은 꽃이 
- +  열매를 맺는다.
-이리저리 +
- +
-미처 보지 못했던 곳까지 +
- +
-바라본다. +
- +
- +
- +
-바라보지 못했던 곳에는 +
- +
-작은 꽃이 +
- +
-열매를 맺는다. +
- +
  
  이 학생은 국어 시간에 함께 뒷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와서는 제가 시를 써보자고 하는 강요에 못 이겨서 이 시를 썼습니다. 그런데 읽어보면 대번에 느껴지겠지만,​ 뭔가 끄트머리에 할 얘기를 하다 만 듯한 느낌이 남습니다. 서둘러 마친 것이죠. 그래서 제가 한 마디 했습니다.  이 학생은 국어 시간에 함께 뒷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와서는 제가 시를 써보자고 하는 강요에 못 이겨서 이 시를 썼습니다. 그런데 읽어보면 대번에 느껴지겠지만,​ 뭔가 끄트머리에 할 얘기를 하다 만 듯한 느낌이 남습니다. 서둘러 마친 것이죠. 그래서 제가 한 마디 했습니다.
줄 367: 줄 335:
  
  
- +  ​그 열매 속에는 
-그 열매 속에는 +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 +  작은 소망들이 담겨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
- +
-작은 소망들이 담겨있다.+
  
  
줄 392: 줄 357:
  
  
 +  ​
 +  강아지 ​
 +  -배형준(내북중 2)
 +  ​
 +  얼마 전 태어난
 +  새끼 강아지
 +  ​
 +  9마리의 강아지가
 +  와글와글 북적북적
 +  ​
 +  젖 달라고 우는 소리
 +  깨갱깨갱
 +  ​
 +  제일 귀여운 새끼 강아지
 +  쓰다듬어 주고 만져주는데
 +  ​
 +  내 손가락을 쪽쪽 빤다.
 +  간지러운 가운데 손가락
 +  ​
 +  그러다 내 손가락 깨물면
 +  한 대 때려준다.
 +  ​
 +  9마리의 귀여운 ​
 +  새끼 강아지.
  
-강아지 ​ 
- 
--배형준(내북중 2) 
- 
- 
- 
-얼마 전 태어난 
- 
-새끼 강아지 
- 
- 
- 
-9마리의 강아지가 
- 
-와글와글 북적북적 
- 
- 
- 
-젖 달라고 우는 소리 
- 
-깨갱깨갱 
- 
- 
- 
-제일 귀여운 새끼 강아지 
- 
-쓰다듬어 주고 만져주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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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가락을 쪽쪽 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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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러운 가운데 손가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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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내 손가락 깨물면 
- 
-한 대 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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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마리의 귀여운 ​ 
- 
-새끼 강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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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밥 한 숟가락, 잠 한 바가지 
- 
--강혜지(회인중 1) 
- 
- 
- 
-밥 한 숟가락 
- 
-“냠냠” 
- 
-잠이 한 바가지. 
- 
- 
- 
-밥 두 숟가락 
- 
-“쩝쩝” 
- 
-잠이 두 바가지. 
- 
- 
- 
-밥 한 공기 
- 
-“꿀꺽” 
- 
-잠에 묻혀 눈꺼풀이 스르륵. 
  
  
  
 +  ​
 +  밥 한 숟가락, 잠 한 바가지
 +  -강혜지(회인중 1)
 +  ​
 +  밥 한 숟가락
 +  “냠냠”
 +  잠이 한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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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두 숟가락
 +  “쩝쩝”
 +  잠이 두 바가지.
 +  ​
 +  밥 한 공기
 +  “꿀꺽”
 +  잠에 묻혀 눈꺼풀이 스르륵.
 +  ​
  ​너무 깔끔하게 묘사되어서 시가 전하고자 하는 상황이 아주 잘 와 닿습니다. 이와 같이 이미지만으로도 시는 훌륭하게 이루어집니다. 이런 시에서는 정경만 잘 나타나기 때문에 별로 추가할 말이 없지만, 이미지만으로 써오는 시에 주제를 다시 덧보태오라는 주문을 하면 시로서는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이미지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시가 되었는가 하는 것을 특별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깔끔하게 묘사되어서 시가 전하고자 하는 상황이 아주 잘 와 닿습니다. 이와 같이 이미지만으로도 시는 훌륭하게 이루어집니다. 이런 시에서는 정경만 잘 나타나기 때문에 별로 추가할 말이 없지만, 이미지만으로 써오는 시에 주제를 다시 덧보태오라는 주문을 하면 시로서는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이미지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시가 되었는가 하는 것을 특별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줄 840: 줄 768:
  ​전에 교원연수에 침뜸 과정이 있어서 침뜸을 배운 후로는 몸이 불편하다는 아이들이 있으면 침을 놔주곤 했습니다. 시를 쓰라고 했더니, 귀찮다면서 쓸 게 없다고 아우성을 칩니다. 그래서 그러면 ‘정 쓸 게 없는 놈들은 침놓는 선생님에 대해라도 써라.’고 했더니 다음과 같은 작품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전에 교원연수에 침뜸 과정이 있어서 침뜸을 배운 후로는 몸이 불편하다는 아이들이 있으면 침을 놔주곤 했습니다. 시를 쓰라고 했더니, 귀찮다면서 쓸 게 없다고 아우성을 칩니다. 그래서 그러면 ‘정 쓸 게 없는 놈들은 침놓는 선생님에 대해라도 써라.’고 했더니 다음과 같은 작품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  
- 
-침을 놓는 국어 선생님 
- 
--김민규(회인중 2) 
  
 +  침을 놓는 국어 선생님
 +  김민규(회인중 2)
 +  ​
 +  국어 시간이면
 +  재미있게 놀던 친구들이
 +  아프다고 하며
 +  침을 맞는다.
 +   
 +  한 손에 침을 든 국어 선생님
 +  다른 한 손으로 톡톡 치면서
 +  침을 살로 집어넣는다.
 +  ​
 +  약간 차가운 침이
 +  내 몸속으로 들어오면
 +  차가운 기운이
 +  내 몸을 돌아다닌다.
 +   
 +  침을 뽑을 때는
 +  아픈 곳이 나아
 +  기분이 좋지만
 +  ​
 +  왜 이렇게 피가 나는지
 +  국어 선생님의 실력이
 +  의심스럽기만 하다.
 +  ​
    
- 
-국어 시간이면 
- 
-재미있게 놀던 친구들이 
- 
-아프다고 하며 
- 
-침을 맞는다. 
  
    
  
-한 손에 ​침을 ​든 국어 선생님+  정화타 
 +  -이욱재(회인중 2) 
 +    
 +  정화타 
 +  ​침을 ​놓으신다. 
 +  말로는 
 +  침은 만병통치약 
 +  그럼 사람은 왜 죽나요?​ 
 +  정화타 
 +  면허증 없는 불법시술 
 +  내 발목 
 +  안 낫는 이유 
 +  아무 데나 놓는 침 
 +  찌릿할 때까지 
 +  쑤시는 침 
 +  쑤시다 쑤시다 
 +  내 다리 
 +  벌집 되겠네. 
 +  정화타 
 +  돌팔이. 
 +  ​
  
-다른 한 손으로 톡톡 치면서 
- 
-침을 살로 집어넣는다. 
- 
-  
- 
-약간 차가운 침이 
- 
-내 몸속으로 들어오면 
- 
-차가운 기운이 
- 
-내 몸을 돌아다닌다. 
- 
-  
- 
-침을 뽑을 때는 
- 
-아픈 곳이 나아 
- 
-기분이 좋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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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렇게 피가 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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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의 실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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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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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화타 
- 
--이욱재(회인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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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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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을 놓으신다. 
- 
-말로는 
- 
-침은 만병통치약 
- 
-그럼 사람은 왜 죽나요? 
- 
-정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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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증 없는 불법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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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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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낫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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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데나 놓는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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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릿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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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시는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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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시다 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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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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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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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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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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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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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한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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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환(회인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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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선생님의 
- 
-침 한 방으로 
- 
-창섭이의 여자친구와 헤어진 고통도 치유되고 
- 
-  
- 
-국어선생님의 
- 
-침 한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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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의 어젯밤에 먹다만 빵을 흘린 고통도 치유되고 
- 
-  
- 
-국어선생님의 
- 
-침 한 방으로 
- 
-지환이의 소녀 팬이 보내준 편지 읽느라 
- 
-고생한 고된 피로도 치유되고 
- 
-  
- 
-치유되지 않는 게 없는 
- 
-국어선생님의 침 
- 
-  
  
 +  침 한 방으로
 +  -유지환(회인중 2)
 +   
 +  국어선생님의
 +  침 한 방으로
 +  창섭이의 여자친구와 헤어진 고통도 치유되고
 +   
 +  국어선생님의
 +  침 한 방으로
 +  민규의 어젯밤에 먹다만 빵을 흘린 고통도 치유되고
 +   
 +  국어선생님의
 +  침 한 방으로
 +  지환이의 소녀 팬이 보내준 편지 읽느라
 +  고생한 고된 피로도 치유되고
 +  ​
 +  치유되지 않는 게 없는
 +  국어선생님의 침
 +   
  ​침에 대해서 시를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침에 대해 이렇게 재미있게 시를 쓰는 것은, 자신들이 직접 보고 겪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체험이 있기 때문에 그 체험 부분을 있는 그대로 살려내는 것입니다.  ​침에 대해서 시를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침에 대해 이렇게 재미있게 시를 쓰는 것은, 자신들이 직접 보고 겪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체험이 있기 때문에 그 체험 부분을 있는 그대로 살려내는 것입니다.
  
줄 1022: 줄 888:
  ​학교에는 갖가지 행사가 있습니다. 공식행사가 대부분입니다. 소풍, 수학여행,​ 축제, 아가모 실천운동(충북),​ 학교폭력 글짓기 같은 것들입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좋아하고 참여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강제 동원되는 행사들입니다. 기분이 좋았던 행사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소감을 정리하게 합니다. 꼭 거창하게 할 것은 없습니다. 간단한 정리를 요구하면 됩니다. 그러면 그런 습관이 글 쓰는 데 도움이 되고, 또 그런 정리 버릇이 들면 글쓰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학생들에게 요구하기도 쉽습니다.  ​학교에는 갖가지 행사가 있습니다. 공식행사가 대부분입니다. 소풍, 수학여행,​ 축제, 아가모 실천운동(충북),​ 학교폭력 글짓기 같은 것들입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좋아하고 참여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강제 동원되는 행사들입니다. 기분이 좋았던 행사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소감을 정리하게 합니다. 꼭 거창하게 할 것은 없습니다. 간단한 정리를 요구하면 됩니다. 그러면 그런 습관이 글 쓰는 데 도움이 되고, 또 그런 정리 버릇이 들면 글쓰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학생들에게 요구하기도 쉽습니다.
 다음은 매년 같은 장소로 가는 소풍을 다녀와서 쓴 시입니다. 이 정도면 억지로 쓴 것치고는 괜찮은 수확이라 할 것입니다. 다음은 매년 같은 장소로 가는 소풍을 다녀와서 쓴 시입니다. 이 정도면 억지로 쓴 것치고는 괜찮은 수확이라 할 것입니다.
- +  ​
   8km   8km
   -황미선(내북중 3)   -황미선(내북중 3)
줄 1028: 줄 894:
   미동산 수목원 등산길   미동산 수목원 등산길
   8km.   8km.
- +  ​
   힘들어   힘들어
   헥헥 거리며 오른   헥헥 거리며 오른
줄 1036: 줄 902:
   즐겁게 사진 찍으며 오른   즐겁게 사진 찍으며 오른
   등산길 2km.   등산길 2km.
 +  ​
   이곳저곳   이곳저곳
   구경하며,​ 수다 떨며 걸은   구경하며,​ 수다 떨며 걸은
줄 1148: 줄 1014:
   ​   ​
  ​특별한 말이나 주제를 부각시키지 않고 풍경 묘사로 그쳤습니다. 그런데도 아주 풍경이 잘 살아나서 읽는 이로 하여금 묘한 감동을 일으킵니다. 잃어버린 순수한 마음이 풍경과 마주쳐서 이미지로 잘 살아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이미지로만 시를 쓰는 수도 있습니다.  ​특별한 말이나 주제를 부각시키지 않고 풍경 묘사로 그쳤습니다. 그런데도 아주 풍경이 잘 살아나서 읽는 이로 하여금 묘한 감동을 일으킵니다. 잃어버린 순수한 마음이 풍경과 마주쳐서 이미지로 잘 살아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이미지로만 시를 쓰는 수도 있습니다.
-  ​반면에 직접 말하는 방법인 말하기[3]도 있습니다.+ 반면에 직접 말하는 방법인 말하기[3]도 있습니다.
  
   시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