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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하기 힘드시죠?

익명

중3 남학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수준이 낮은편인데 학습분위기는 정말 좋지 않아요. 오늘은 한반도 수업진도를 못나갈 정도에요.아, 자괴감이 들 정도네요. 모둠활동 자체가 안 돼요. 다 그런거 아니지만 몇몇 아이들로 인해 반 전체가 동요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얄지 오늘은 정말 방향감 상실이네요.

김지은

  • 힘드시겠어요. ㅠㅠ 전 국어도우미를 활용합니다. 매시간 번호대로 국어도우미를 하는데요. 국어도우미는 차렷인사를 하고(처음 시작분위기를 정리하는 역할) 국어시간에 교사에게 지적받은 상황을 체크해요. 졸음, 욕설(의도하지 않은 부사격 욕이더라도), 교과서준비, 떠듦 등이요. 국어시간엔 칭찬도장으로 활동할 때마다 도장찍으며 격려하고, 수행평가 10점으로 반영하는데요. 저 체크횟수는 칭찬도장 개수에서 마이너스합니다. 칭찬도장 개수는 한 학기 40개 내외로 찍는데, 학기말에 그반에 젤 많은 학생 기준으로 10개 단위로 10.8.6.4점으로 점수부여를 합니다. [포트폴리오]항목. 제작년까지는 칭찬도장만 했었는데, 부정적 행동을 제한할 방법이 없으니 난감하더라고요. 학생들이 눈 앞의 상황에 민감하기에 성적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 운동부학생들도 도장은 받고 싶어하고, 체크당하는건 싫어하더라고요.
  • 지난주까지 남학생반 학생들과 힘겨루기? 기싸움 하느라 주말내내 기분이 안좋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막~ 수업하다보니 그냥 애들이더라고요. 선생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학기초라 그럴거예요. 지켜야할 선을 분명히 보여주시고 도를 넘으면 학생부로.. ㅜㅜ 전 도를 넘는 학생은 우선 복도를 불러서 얘기합니다. 교실에선 엄하게 복도 나가 있어! 라고 하곤, 복도에선 이성적으로 담담하게 얘기합니다. 대부분 복도에서 1:1 상황이면 기가 죽거나 정신을 차립니다. 그래도 정신못차릴 땐 학생부로..ㅠㅠ 몇년전에 복도로 나가라니까 복도유리창을 깨버린애도 있긴했습니다. ㅡㅡㅋ

실비아

음.. 제가 작년에 엄청나게 고민했던 문제인데요.. 어떤 반은 무엇을 해도 안 통하는 반이 있더라구요. 그냥 모둠수업 포기하고,, 매의 눈으로 타이트하게 수업하고 개인적인 질문을 엄청나게 했습니다. 물론 엄청난 패배감이 들었습니다ㅠ 그동안 만나왔던 모든 학생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었고요. 아주 타이트한 수업 추천합니다. 어려운 문법수업으로 진을 빼는 것을 은근히 잘 따라오긴 하더라구요. 문학적인 감성은 건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런 시도를 하려는 순간 수업이 와르르 무너지더라구요. 중 2남학생이었습니다. 조는 애를 조심스레 깨우면 욕하고 나가버리는 그런 반이었습니다.

JH

저도 김지은 샘이랑 같습니다. 매 시간 발표하면 국어책 첫 페이지에 도장을 찍어주고요(자기 책을 꼭 가지고 오게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체크는 도장갯수에서 뺍니다. 3월 첫 시간 수업을 어떻게 하셨는지요. 저는 첫 시간에 한 시간동안 오리엔테이션을 하는데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 수업시간 규칙, 감점하는 항목을 조목조목 다 알려줍니다. 꽉 채워 한 시간동안 그 작업을 하고 다음 날 반드시 자기 이름이 안 지워지는 펜으로 적힌 책 공책을 준비했는지부터 꽤 오랜 시간 꼼꼼히 확인하고 체크합니다. 아이들은 대세를 따르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수업 규칙을 다시 확실히 알려주시고 안 하는 녀석들은 규칙에 따라 쿨하게 처리하시고(불필요한 감정싸움 없이) 잘 하는 녀석들을 격려하며 집중하시면 분위기가 잡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힘내세요 선생님!

썬♥

저도 남고에 재직중인데요 되려 3월에 모둠활동을 시키면 아이들은 모둠활동=노는시간으로 잘못 인식하고 분위기가 해이해져서 저는 3월에는 빡쎄게 진도나가다가 5월쯤 수행평가와 맞물려서 활동을 시킵니다 아이들이 소위 교사의 간을 본다할까요?^^;; 휘둘리시면 공부잘하는 학생까지 불만이 생기기때문에 먼저 학구적인 분위기(교실이 산만해지면 공부하려는 아이들이 제지시키는)를 조성하는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서운 분위기가 아닌 수업을 안들으면 너희가 손해보는거라는 식의 카리스마를 뿜으시면서 분위기를 먼저 잡으시고 활동을 전개해나가시면 1년이 편해지실겁니다^^;;

김상용

  • 저는 덩치 큰 남자쌤이라 까불면 징계 각오하고 엎어치기나 허벅다리후리기로 던져버리겠다고 하면 제압이 되긴하는데…

최근에는 방법을 바꿔서 규칙세우기부터 아이들과 함께 합니다. 국어시간에 하면 좋을 행동과 안 좋을 행동을 아이들더러 얘기해보라고 하고 지키면, 어기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물어봅니다.(학급에서도 마찬가지구요) 보상으로 도장판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애매할 땐 막대사탕을 주기도 합니다.(아이들은 사탕에 목말라합니다. 특히 매점이 없으면 더더욱 ㅎ) 물론 감점(?)도 한다고 안내(?)하기도 하고, 생기부에 니가 한 행동을 감정 1도 안 넣고 펙트만 기술하겠다고 친절히 안내(?)하기도 합니다. “3월 21일 3교시 수업시간에 활동지를 안 가져오고, 모둠활동시 참여하지 않으면서 친구들과 3차례 떠들고, 교사가 지적하자 교사를 째려보면서 짜증난다고 말했고, 친구에게 한 말이라고 함”이라고 펙트 그대로 기록하길 원하니? 라고 물어봅니다. 더불어 '국어를 왜 배워야하는지'에 대해 끈임없이 얘기합니다. “듣기 안하고 살 수 있니? 말하기는? 취업할 때 면접 안 볼 거야? 잘 읽지 못하면 나중에 자식이나 다른 사람들이 너를 어떤 시선으로 볼까? 듣기.말하기.읽기.쓰기는 한국에 살 거면 피할 수가 없다. 꼭 배워야 무시 안 당하면서 산다. 금메달 따고 인터뷰하는데 말 못하면 좋겠니? 받아쓰기 틀리는 부모가 되고 싶니? 잘 하는 부모가 되고 싶니? 등등 (그리고 교사인 나부터 남학생들에 대한 기대치를 많이 낮춥니다. 그러면 한번씩 감동받는 기적을 느끼기도 합니다. ㅎ)

  • 전 초임 때 체육학급 1, 2학년 애들을 가르쳐봤는데.. 거의 4배의 에너지가 소모되더군요. 적당히 포기하고 적당히 타협하고 수업시간의 절반이라도 수업을 하자고 진도를 나갔었는데… 지금 가르친다면… 완전히 그 애들에게 맞춰서 꼭 필요한 것만 재구성해서 가르칠 것 같습니다. 수업도 아예 몸으로 놀도록 활동식으로 바꾸고 훈련 때문에 피곤하다고 하면 5분 재우고도 시작해보고 할 것 같아요… 어차피 나혼자 수업해봐야 배움은 안 일어날테니까요.

김명선

저희 학교 학생들은 아주 유명합니다. 3,4층 복도에 담배냄새가 없어지지 않을정도에요.수업을 잘 듣는 아이들도 있는데 수업방해의 주도자들이 너무 세기때문에 아무도 뭐라하지 못합니다. 다른 교과시간에도 비슷하다고는 하는데 정말 경악할 정도입니다. 신규로서 가끔 달래다가도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만 채우고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자느냐고 조용하더라고요

성영정

전 재작년에 남고에서 중학교 99%로 실업계 가려다가 튕겨서 온 아이들로 이루어진 하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한 적이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싸우고 복도로 나가라고 하고(그랬더니 학생이 소화기를 터트려서 제가 교장실에 불려갔습니다) 때리고 그러다가 나중엔 마음을 비우고 이 아이들이 인간으로 살려면 고등학교 수준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알아야 할까 고민해서 아주 쉬운 수준으로 재미있게 수업하려고 애썼어요. 애들 수업 힘들어하면 정서, 윤리적으로 좋은 EBS 다큐 프라임을 한시간 내내 틀어주기도 했고요(대신 안 보고 자면 수업하겠다고 으름장 놓았습니다) 처벌과 상을 명확하게 하는 게 좋았어요. 자는 건 싫다. 대신 수업을 잘 들으면 십분 빨리 마치고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겠다. 영상을 보여준다. 대신 엎드려 자면 끄고 수업한다. 이런 명확한 규칙을 정하고 늘 규칙에 맞게 행동했어요. 그리고 제 이야기, 제 감정, 기분 이런 걸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아이들과 많이 소통했어요. 아이들과 친해지니까 수업이 훨씬 원활하더라고요.

지향(지윤.유안맘)

저는 특성화고와 인문계가 함께 있는 종합고에 근무하는데요, 도움이 되실까 싶어 학기초에 쓴 글 올려봅니다~

올해는 인문계3학년 수업과 더불어 특성화고 전자과 1학년 3개반 수업을 3시간씩 전담하여 들어가게 되었다.
가정환경이 매우 다양하게 어렵고 기초학력도 부족하며 학교오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나는 국어교사로서 어떤 수업을 할 수 있을까?
1. 학교를 올 만하도록 만들자.
2. 수업을 할 만하도록 만들자.
3. 나도 아이들도 함께 즐겁게 지내보자.
라는 방향성 아래, 3월은 학교적응 및 관계형성, 수업을 위한 준비활동으로 꾸려 보고자 한다.
휴직때 공부한 <모험상담놀이>와 <회복적 서클>의 방법으로 주로 진행해볼까 한다.

3월 수업
1차시 - 환영의 글, 차례대로 놀이, 범피리 범범(이름외우기 놀이)
2차시 - 범피리범범 확장판, 바나나태그 또는 도와주세요 게임, 인간보물찾기
3차시 - 도서관이용 약속 공유
4차시 - 인형저글(이름외우기 놀이), 토끼와 늑대
국어수업활동으로 다룰 것들
*1줄 시읽기-1줄 시 창작/ 학생시 읽기- 시 창작/ 시경험 쓰기
*생활글 쓰기-가장 억울했던 사연 등.
*내 인생의 노래한곡(대중가요 비평)
*비폭력대화-감정언어, 욕구언어 공부-대화방식 연습
*받아쓰기를 통한 맞춤법 띄어쓰기 공부
*국어사전에서 다양한 단어 찾기- 어려운 어휘 공부
*만화로 된 현대소설 읽기
*직접 만들어 보는 활동을 통해 공부하기:
예1) 초코머핀을 만들어 먹어 본 후 요리 과정 및 경험쓰기, 묘사하기, 비유하여 표현하기 등
예2) 약포지와 봉투를 구매하여 주변 사람을 위한 마음 처방전 또는 위로 및 응원의 글 써보기
예3) 시집을 읽고 좋은 문구를 꼽아 적은 나만의 머그컵 만들기
예4) 슈링클지를 이용하여 응원의 말, 좋은 글로 열쇠고리 만들어 선물하기
*기타 수업 양념 - 신발 날리기, 다트던지기, 각종 뽑기, 노래방마이크 활용 등
*NCS문제에서 유용한 것 발췌 함께 공부하기

자존감이 낮고 상장이란 것을 태어나서 한번도 받아 본적이 없는 학생들이라 올해 전자과 아이들에게 1인 1상장을 목표로 매 차시에 상장을 주고 있다. 학교장 직인없이 내 이름으로 나가는 상장이지만 아이들의 어깨가 으쓱해지며 '나도 칭찬받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을 차곡차곡 쌓아가기를 바라면서.
전자과 수업에서 무기력 외에 한가지 또 어려운 점은 수업시간에 들이는 아이들의 욕설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욕을 할때 마다 그 욕을 그대로 넣은 노래를 짤막하게 불러보고 있는데 생각보다는 효과가 있었다.
오늘은 괜찮은가 싶다가도 내일은 울고 나올 수 있는 것이 특성화고 수업이라서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내일은 울지언정 오늘은 또 희망의 씨앗을 심어보는 심정으로 쉼호흡을 하며 교실문을 여는 하루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