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운 변동과 표준 발음

음운론에서 음운 변동을 배우는 것은, 개개인의 빠롤까지도 설명할 수 있는 일관된 논리를 세우는 데에 있다. 그에 비해 표준 발음은 개개인의 빠롤을 모두 무시하고 랑그적인 면을 강조/강요하는 데에 있다. 음운 변동을 가르칠 때 주의할 것은, 음운 변동을 가르치면서 표준 발음을 동시에 가르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수업 장면1. 핥다/핥고/핥아/ 를 통해 겹자음 탈락을 공부하였다. 흙도/흙이 로 적용을 할 때 아무리 생각해도 [흐기]가 자연스럽지만 겹자음 탈락의 조건과 환경이 정말로 그러하다면 [흘기]로 읽을 수밖에 없음에 모두 동의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읊어/읊고 를 통해 마지막으로 원리를 다지고 다음 변동 규칙으로 넘어가려는 순간이었다. [읖꼬] 파와 [을꼬] 파가 팽팽하게 대립하여 결론이 나지 않았다. 당연히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이다. ㄹ과 ㅍ중에 무엇이 탈락하는지는 아주 관습적이며 따라서 임의적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그래도 [읖꼬]가 맞아, 라고 정리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이번 주 내내 음운 변동 규칙을 더 배울 건데, 혹시 'ㄿ' 중 어느 쪽을 탈락시켜야하는지에 대한 변동 규칙이 나오는지 눈을 크게 뜨고 기다려 보자.”

수업 장면2. 격음화를 공부하였다. 거의 격음화가 완료될 단계에서 '국화'가 나왔다. 이번에는 [구콰] 파와 [구카] 파가 갈려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 [구콰]파는 지금까지 배운 변동 규칙 중에 반모음 'ㅗ'가 탈락한다는 환경에 대해 나온 적이 없으므로 일단 [구콰]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구카]파는 지금까지는 안 나왔지만 반모음 'ㅗ'가 탈락하는 규칙이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구카]라고 발음하지 않느냐, 라고 반박하였다. 교사의 바람직한 반응은 다음과 같다.

“[구콰]가 맞는지 [구카]가 맞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만약, /ㄱㅜㄱㅎㅗㅏ/의 음운 연쇄가 '반모음 ㅗ탈락'이라는 환경에 해당한다면, [구카]가 맞을 것이고, 해당하지 않는다면 [구콰]가 맞다는 것까지는 동의하겠니? 그럼 '반모음 ㅗ탈락'이라는 규칙이나 환경이 나오는지 계속 확인하면서 다음 규칙을 배워 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운 변동은 표준 발음의 일반적인 원리를 설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평파열음화

  • '깨끗이'를 [깨끄치]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많다. 만약, 이 발음이 맞다면 특정 환경에서 [ㅅ] → [ㅊ]라는 음운 변동 규칙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음절끝평파열음화(음절끝소리법칙) 규칙이 존재하며, '깨끗이'가 바로 그 환경에 속함을 알고, 그때의 [ㅅ]은 변동 대상이 아님을 학생들이 발견하도록 이끌 수도 있다.

후회하고 있다면 깨끗이 잊어버려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다 지난 일이야

두 눈에 넘쳐 흐르는 뜨거운 나의 눈물로
당신의 아픈 마음을 깨끗이 씻어 드릴께(1분43초)

더 나아간다면, '깨끗이'를 [깨끄치]라고 발음하는 사람의 사고 과정을 추론할 수도 있다.

  1. 깨끗하다
  2. 깨끗하+/-이/
  3. 깨끗히
  4. 깨끋히
  5. 깨끄티
  6. 깨끄치

자음군단순화(겹자음 탈락)

  • '닭'과 함께 '흙'은 많은 학생들이 틀리는 발음이다. '다기야'라는 치킨체인도 있으니 말이다. 원래라면 '달기야'가 되어야 한다.

  • 두 발음을 듣고 누가 맞는지, 왜 그런지를 설명할 수 있다.

내 꿈을 찾아서 내 사랑 찾아서 나는 자유로운 새처럼 마음껏 하늘을 날고 싶어
굴러 난 굴러간다 내 몸이 부서져 한줌의 흙이 돼도(1분00초)

초가삼간 집을 지은 내 고향 정든 땅 아기염소 벗을 삼아 논밭 길을 가노라면 이 세상 모두가 내 것인것을
왜 남들은 고향을 버릴까 고향을 버릴까 나는야 흙에 살리라 부모님 모시고 효도하면서 흙에 살리라(1분25초)

구개음화

  • [겨츨], [끄츨]은 음질이 안 좋으면 잘 안 들리므로 주의!

그대 내곁을 떠나는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1분28초)
하얀 그 빗속에 눈물 감추고 울어주리라

언젠가 너의 집앞을 비추던 골목길 외등 바라보며
길었던 나의 외로움의 끝을 비로소 느꼈던거야(1분7초)

이젠 더 볼 수가 없네 그녀의 웃는 모습을
그녀가 처음으로 울던 날 내 곁을 떠나갔다네(1분38초)

불규칙 활용

  • 싣고 - 실어 에서 잘못 유추하여 [실꼬] 또는 [실코]가 되는 경우.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젖는 뱃사공
흘러간 그 옛날에 내 임을 싣고[실코]

네 창을 열어라(네 꿈을 펼쳐라) 네 창을 열어라(네 꿈을 펼쳐라)
파란 하늘 가득 고운 꿈을 싣고[싣꼬] 날아라(1분30초)
문법 시간이지만 아이들과 여유 있게 노래를 듣고 있으면 분위기가 참 낭만적이 된다.